[다시 간다]5명 앗아간 곡성 산사태…맘만 썩는 2년 소송

2022-08-09 16



[앵커]
중부지방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 산사태 위기 경보도 발령됐습니다.

2년 전 전남 곡성에서는 산사태가 5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복구도 아직이고 수사조차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영주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찌그러진 처마와 터만 남은 화장실.

임옥순 씨는 2년째 마을회관 앞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합니다.

지난 2020년 8월 산사태로 집의 절반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임옥순 / 피해 주민]
"여기가 부엌이고 저기가 화장실이고. 다 없어져 버렸어. 이렇게 고치지도 못하고 있어요."

당시 집중호우로 마을 뒷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임 씨의 집을 포함해 모두 5채가 피해를 봤습니다.

토사가 집 전체를 덮친 이웃 주민 5명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주민들은 산 너머에서 진행되던 국도 확장공사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사고가 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 밭에는 당시 토사와 같이 떠내려온 크고 작은 돌이 무더기로 남아 있습니다.

[김양호 / 피해 주민]
"(논밭) 800평이 완전히 싹 돌바다가 돼 버렸지."

전문가와 함께 산사태가 났던 산에 올라가 봤습니다.

산사태를 막는 사방댐과 계단식 옹벽이 새로 생겼습니다.

나무가 심어졌고, 배수가 용이하도록 물길도 터줬습니다.

하지만 주민 피해 보상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고 책임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사고 발생 두 달 뒤 공사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지난해 6월 이들에 대한 기소를 한시적으로 중지했습니다.

전문기관의 감정 결과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감정을 맡은 기관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하지만 공단 측은 10개월이나 지나서야 "산업재해가 아니라서 조사하지 않았다"고 회신했습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
"공단은 산업재해를 조사하는 기관이거든요. 자문할 게 있어야 저희가 자문을 하는 거죠."

엉뚱한 곳에 자문을 맡겨 시간만 낭비한 겁니다.

[나경수 / 유족]
"수사 결론이 나야지 이게 막혀버리니까 더 이상 진전시킬 수 없는 거예요. 화나고 원통하고, 허송세월이 돼 버렸잖아요."

사후 처리도 부실하지만, 사전 예방도 미흡했습니다.

2020년 사고가 나기 전 산사태 현장예방단이 현장을 점검했지만, 문제가 없는 걸로 결론 내렸습니다.

산림청의 산사태 예방 시스템에 따른 점검이었는데, 예방단원들은 전문성이 없는 마을 주민들이었습니다.

[곡성군청 관계자]
"모든 시군들이 다 그렇죠. 그런 인력도 없고요. 산사태는 갑자기 팍 터져버리는데 박사가 와서 해도 (산사태가) 날지 안 날지 예상할 수 없잖아요."

[최형만 / 산림기술사]
"주민들이 눈으로 보고 자기 경험을 얘기하니까 제대로 안되는 거예요. 인재에 가깝죠. 전문가들이 위험요소에 대한 수시 점검을 해야…."

장마철 산사태 위험을 실질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dragonball@donga.com